아이들이 가르쳐준 가장 따뜻한 수업
키즈카페 ‘하늘놀이터’는 토요일이면 언제나 북적였다.
말캉한 쿠션 바닥 위로 아이들은 미끄럼틀을 타고, 구름처럼 폭신한 공 속을 헤엄치고, 고래처럼 깡충 뛰었다.
엄마들은 벽 쪽 테이블에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며 소소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다빈이 요즘 한글도 다 떼고, 영어도 한다더라?”
“어머, 수지는 아직 알파벳도 못 외워요. 우리 애 너무 느린가 봐요.”
“아유, 괜찮아요. 애들마다 다 다르죠~”
다정한 대화가 이어지던 중, 갑자기 “쿵!” 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뚝 멎었다.
“아야!” 하고 우는 소리가 들렸다.
놀이터 한가운데서 다빈이가 무심코 밀친 공이 튀어, 수지의 이마를 세게 친 것이다.
수지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수지야!” 수지 엄마가 달려와 아이를 안았다.
“다빈이 너, 왜 그런 거야? 아무 생각도 없이 장난치면 어떡하니!” 그녀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죄송해요. 아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요.”
다빈이 엄마가 다가왔다.
“애들끼리 놀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왜 남의 애를 혼내세요?”
“그럴 수도 있다고요? 다친 건 우리 애잖아요. 제대로 사과도 안 하고 무슨...!”
점점 목소리는 커지고, 카페 안은 조용해졌다.
아이들도 장난감을 내려놓고 눈만 깜빡이며 어른들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다빈이가 주섬주섬 일어나 수지 앞으로 다가갔다.
“수지야… 미안해. 나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내가... 공 던지면 안 되는 줄 몰랐어.”
수지는 말없이 다빈이를 쳐다보다가, 눈물을 닦고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나도 전에 지민이 놀다가 밀어서 울게 했었어.”
아이 둘이 손을 꼭 잡는 그 모습을 본 다른 아이 하나가 중얼거렸다.
“어른들은 왜 사과도 못 하지...?”
그 말에 어른들의 표정이 굳었다. 다빈이 엄마는 눈을 내리깔고, 수지 엄마는 부끄럽게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깬 건 수지 엄마였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감정적으로 말했어요. 다빈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아니에요, 저도… 방어적이었네요. 사실 저도 깜짝 놀랐거든요.”
두 엄마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쑥스럽게 웃었다.
“애들보다 우리가 더 배워야겠네요.”
“그러게요. 아이들, 진짜 멋지다.”
그날 이후, 키즈카페에선 작은 변화가 생겼다.
아이들만의 ‘놀이터 약속판’이 생겼고, 그 위엔 큰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다치게 하지 않기. 미안하면 꼭 말하기. 친구는 다시 웃게 만들기.”
그 아래, 다빈이와 수지의 사인이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약속판엔 다음 주마다 새로운 이름들이 하나씩 늘어났다.
아이들이 먼저 실천했고, 어른들이 따라 했다.
그렇게 ‘하늘놀이터’는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성장하는 진짜 배움의 공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놀며 자라고, 어른은 아이를 보며 자란다.
그날 키즈카페에서 아이들이 가르쳐준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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