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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에세이 - 버스 안의 노약자석 버스 안의 노약자석 서울의 한 시내버스 안. 평일 오후라 승객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노약자석은 예외였다.다섯 개의 노약자석은 이미 가득 차 있었고, 그중 한 자리에 젊은 여성이 앉아 있었다.단정한 티셔츠와 검정 슬랙스 차림, 겉보기엔 임산부라는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의 손에는 작은 핑크빛 배지가 달린 가방이 걸려 있었다.몇 정거장이 지나,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고 7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탑승했다.허리가 살짝 굽은 할아버지는 버스 안을 천천히 둘러보다 노약자석을 향해 시선을 멈췄다.그러더니 젊은 여성을 보고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아가씨, 여긴 노약자석인데 젊은 사람이 앉아 있는 건 아니지 않소?"여성은 당황한 듯 손에 들고 있던 임산부 배지를 보여주며 조심스럽게 말.. 2025. 6. 2.
딸과 아빠 사춘기 딸과 아빠 사이, 대화는 늘 쉽지 않았습니다.서로를 사랑하지만 표현하는 법이 서툰 두 사람.그날 밤, 딸의 눈물과 아빠의 진심이 만나다시 마음의 문이 열렸습니다.당신도 오늘, 누군가의 마음을 다정히 두드려보세요. 《딸과 아빠》중학교 3학년.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옷을 고르고, 밤마다 책상 앞에서 고민하는 시기다.요즘 딸은 사춘기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감정이 오락가락한다.내가 보기엔 그냥 예민한데, 딸의 입장은 다르다.그날도 그랬다."요즘 너무 늦게 자는 것 같아. 핸드폰은 좀 줄여야 하지 않겠니?"말은 조심스럽게 꺼냈지만, 딸의 반응은 날카로웠다."아, 아빠 진짜 왜 맨날 그런 말만 해! 나도 알아서 해!"말끝에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간 딸을 보며, 나는 한참 동안 문만 바라봤다.문 .. 2025. 5. 26.
수빈이의 식당 예절 수업 “수빈이의 식당 예절 수업”아이들 웃음소리, 어른들 이야기 나누는 소리,음식 냄새가 뒤섞인 따뜻한 혼잡 속. 주말 저녁의 한 유명 맛집.고3 수빈은 오랜만에 가족과 외식을 나왔다.오랜 시험 기간 끝에 찾아온 짧은 평화.아버지는 삼겹살을 익히고, 어머니는 동생을 챙기느라 분주했다.수빈은 그저 이 평화로운 순간을 오래도록 눈에 담고 싶었다.그런데,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끊임없는 아이의 소란이 점점 거슬리기 시작했다.“저리 가!”“안 해! 싫어!”5~6세쯤 되는 남자아이는 식당 안을 뛰어다니며 이 테이블 저 테이블을 헤집고 다녔다.숟가락을 떨어뜨리고, 다른 손님의 의자를 툭툭 치고,어느 순간엔 남의 테이블의 음식까지 손을 대었다.그러나 아이 엄마는 아무런 제지도 없었다.오히려 아이의 부모는 스마트폰만 내려다보.. 2025. 5. 24.
고개 숙인 옹성일 『고개 숙인 옹성일』경기도의 한 소도시, 다소 흐릿한 초봄 햇살 속에서 옹성일 시장은 빼곡한 유세 일정을 소화하느라 연신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고 있었다.흰 장갑을 끼고 시민들을 향해 고개를 숙일 때마다 그는 다정한 미소를 짓고, "열심히 하겠습니다!"를 외쳤다.마치 시민들의 발이라도 되겠다는 듯 고개를 조아리는 그의 모습은 마치 4년 전을 데자뷔처럼 떠올리게 했다.그런데도 시장의 말투에는 어딘가 어색한 진심 없는 울림이 있었다.4년 전 당선 이후, 공약이행률은 바닥이었고, 시민들과의 면담 요청은 ‘일정 조율 중’이라는 말만 반복된 채 끝내 무산되었다.그가 도시에 남아 다시 출마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중앙 진출이 가로막히자, 이곳에서라도 권력을 붙잡기 위해서였다.그날 오후, 재래시장에서 옹성일이 악수를 건.. 2025. 5. 24.
낭만과 배려 사이, 기차 안의 작은 평화 〈낭만과 배려 사이, 기차 안의 작은 평화〉 영은이는 오랜만의 기차여행에 나섰다.바쁘게 살아오던 일상에서 벗어나,가슴 한 켠에 묻어두었던 ‘기차 여행의 낭만’을 꺼내어 펼쳐보려는 날이었다.KTX는 깔끔하고 조용했다.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기차 안은 너무도 고요했다.어릴 적, 덜컹거리며 달리던 무궁화호에서의 추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통로에서 과자 파는 아저씨의 구수한 외침, 땅콩 봉지를 서로 돌려가며 먹던 이웃 승객들,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과의 짧은 대화들.그 모든 것이 이곳엔 없었다."기차는 참 빨라졌는데, 마음은 오히려 멀어졌네…"영은은 창밖을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양평역. 문이 열리고 대학생들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우르르 탔다.그들은 조심스럽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처음.. 2025. 5. 23.
내면의 얼굴 『내면의 얼굴』 33살 상민은 대학 졸업 후 3년의 공백을 겪었다.남들보다 늦은 출발이었다.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시절, 그는 누군가의 무시 앞에서 늘 고개를 숙였다.그러다 문득,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나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 나도 당당하고 싶다.’그렇게 시작한 7급 공무원 준비는 쉽지 않았다.매일 도서관 첫 문을 열고 마지막 전등이 꺼질 때까지 앉아 있었다.세 번의 실패 끝에 그는 마침내 합격했고, 첫 발령지는 서울시 중구청이었다.드디어 자신을 증명할 기회라 생각했다.하지만 현실은 달랐다.부서에 처음 배치됐을 때부터 사람들의 시선은 차가웠다.작은 키, 크지 않은 눈, 키에 비해 큰 얼굴. 누군가의 기준엔 비호감일 수 있는 외모.그들은 그의 실력도, 성격도 알기 전에 웃으며 말했다. “귀엽다, .. 2025.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