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질투의 화신
"이따 뭐 해?"
진우가 윤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평소와는 달리 뭔가 긴장된 얼굴이었다.
윤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웃었다.
"왜? 또 집 사러 올 거야?"
"그럴까? 이제 진짜 집 하나 계약해야 할 것 같아. 그래야 널 자주 볼 수 있지."
윤이는 웃음이 터졌다.
"참, 너는 언제부터 이렇게 너스레 떨었냐?"
"아, 나 원래 이랬어. 9살 땐 너무 얌전했던 거지. 넌 몰랐을 거야."
둘은 부암동 근처 한적한 카페에 앉아 있었다. 따뜻한 햇살이 유리창을 통해 스며들었고, 두 사람의 대화는 그 햇살처럼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 평온한 순간도 길지는 않았다.
윤이의 폰이 울렸다. IBC 김연서.
윤이가 곁눈질로 진우를 한 번 보고는 전화를 받았다.
"네, 김 아나운서님."
"세무 상담 조금만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아까 너무 정신없어서요. 혹시 오늘 가능할까요?"
"오늘은 좀...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요. 내일 오전은 어떠세요?"
"아, 네. 그럼 내일 뵐게요."
전화를 끊고 나자 진우가 물었다.
"연서야?"
"응. 아까 사무소에 온 아나운서분."
진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애는 자기가 원하는 거 있으면 거침없이 직진이야."
윤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대충 그런 느낌이긴 했어."
진우는 잠시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다가 다시 그윽하게 윤이를 바라보았다.
"근데 윤이야. 우리..."
윤이는 당황한 듯 잠시 눈을 깜빡였다.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 순간, 진우의 폰에 메시지가 하나 왔다. 연서였다.
『오빠, 오늘 저녁 시간 괜찮으면 같이 식사해요. 얘기도 좀 하고 싶어요.』
진우는 미간에 힘을 주는 동시에 문자의 삭제 버튼을 눌렀다.
진우는 조금 전에 하려던 말을 잠시 뒤로 미루고, 윤이의 눈을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 시각, 연서는 자신의 차 안에서 진우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무소에 다녀온 뒤로 머릿속은 온통 윤이와 진우의 대화 장면뿐이었다.
'아무래도 가만두면 안 되겠어.'
그녀는 입술을 앙다물며, 윤이의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과거, 학력, 가족, 사망한 남편까지. 그리고 곧이어 하나의 기사를 발견했다.
"젊은 세무사, 미망인으로 홀로 딸 키우며 두 개 사무소 운영..."
연서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동정표로 살아가는 여자... 끝까지 갈 수 있을까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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