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나에게
요즘 들어 문득, 내 나이가 참 어중간하다는 생각이 든다.
젊다고 하기엔 무리지만, 늙었다고 하기에도 어색한 나이.
한때는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어른이라는 옷’이 나에게 맞지 않는 듯 불편하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회사는 버티고, 집에서는 침묵하고, 친구는 점점 줄어간다.
열정은 식었고, 책임만 늘었다.
무언가를 이룬 것 같기도 하고, 이룬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 우연히 들른 동네 공원 벤치에서 할아버지 한 분과 마주 앉게 되었다.
고요한 오후, 우리는 잠시 침묵을 나누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나는 지금이 제일 좋아.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잖아.
남은 하루라도 제대로 살아볼 수 있는 지금이 있어서 말이야.”
그 말이 가슴 한켠을 톡 치고 지나갔다.
그래, 지금.
지금이란 시간은 내가 유일하게 손에 쥐고 있는 삶의 조각이었다.
과거에 대한 후회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결국은 지금을 놓칠 때 생기는 감정들이었다.
나는 이제 조금씩 알 것 같다.
사는 법이란, 꼭 대단한 걸 이뤄야만 하는 게 아니란 걸.
가끔은 길을 잃는 것도 인생의 일부라는 걸.
그리고, 나를 잃지 않는 것이 결국엔 길을 다시 찾는 방법이라는 걸.
내가 갈 길은 남들이 정해주는 게 아니다.
조금 느려도, 멈춰 서도, 다시 돌아가도 괜찮다.
중년이라는 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점일 수도 있으니까.
오늘도 나는 어중간한 나이 속에서
조금은 흔들리고, 조금은 불안하지만
그래도 나만의 리듬으로 한 걸음씩 걷는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괜찮아, 지금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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