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과 아빠 사이,
대화는 늘 쉽지 않았습니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표현하는 법이 서툰 두 사람.
그날 밤, 딸의 눈물과 아빠의 진심이 만나
다시 마음의 문이 열렸습니다.
당신도 오늘,
누군가의 마음을 다정히 두드려보세요.
《딸과 아빠》
중학교 3학년.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옷을 고르고, 밤마다 책상 앞에서 고민하는 시기다.
요즘 딸은 사춘기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감정이 오락가락한다.
내가 보기엔 그냥 예민한데, 딸의 입장은 다르다.
그날도 그랬다.
"요즘 너무 늦게 자는 것 같아. 핸드폰은 좀 줄여야 하지 않겠니?"
말은 조심스럽게 꺼냈지만, 딸의 반응은 날카로웠다.
"아, 아빠 진짜 왜 맨날 그런 말만 해! 나도 알아서 해!"
말끝에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간 딸을 보며, 나는 한참 동안 문만 바라봤다.
문 너머에서 들리는 가벼운 훌쩍임.
화가 났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더 쓰렸다.
그날 밤, 딸의 방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
"자니?"
대답은 없었다.
문을 살짝 열자 딸은 책상 앞에 앉아 눈이 붉어진 채 숙제를 하고 있었다.
"아까는 아빠도 좀 미안했어. 말투가 좀 그랬지?"
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맨날… 혼나는 기분이야. 아빠는 그냥 다 내 맘 몰라."
그 말이 내 가슴을 콕 찔렀다.
"그럴 리가 없는데… 아빤 네가 너무 소중해서 그런 건데."
나는 조용히 딸 옆에 앉았다.
"너 요즘 좀 힘든 거지? 학교도, 친구도, 공부도."
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울먹였다.
"근데 아빠는 나한테 맨날 '하지 마라', '일찍 자라' 그런 말만 해. 나도 혼자 애쓰고 있는데…"
그제야 나는 알았다.
내 말이 사랑이 아니라 부담이었구나.
걱정이라는 이름의 잔소리는 결국 딸에게는 ‘나는 부족하다’는 메시지로만 들렸던 것이다.
나는 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미안하다. 아빠는 항상 네 편인데... 표현 방식이 너무 서툴렀나 봐."
그 말을 듣고 딸은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 어깨에 기대 왔다.
중3. 아직 작고 가느다란 어깨였다.
그날 이후 나는 말하는 법을 조금씩 바꿨다.
“이건 하면 안 돼” 대신 “도와줄까?”,
“왜 또 늦게 자?” 대신 “많이 피곤했겠다”
그렇게 한 마디씩 바꾸다 보니, 딸도 변했다.
어느 날은 딸이 이렇게 말했다.
"아빠, 요즘은 나도 아빠가 좀 편해졌어."
그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단지, 내 딸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던 그날 밤을,
나는 잊지 못할 것 같다.
"사춘기와 중년, 둘 다 흔들리는 시기였지만
결국 우리가 만난 건 사랑이라는 진심 덕분이었다."
'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짧은 에세이 - 버스 안의 노약자석 (1) | 2025.06.02 |
---|---|
짧은 에세이 - 길 잃은 나에게 (0) | 2025.05.29 |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 잠깐 멈춰 선 자리에서 (0) | 2025.05.26 |
수빈이의 식당 예절 수업 (0) | 2025.05.24 |
고개 숙인 옹성일 (0) | 2025.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