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의 꽃씨』
옛날 옛적, 작고 조용한 숲 속 마을에 느긋하고 조용한 거북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름은 모리. 모리는 늘 천천히 움직였고, 늘 혼자였지만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 인내심 강한 거북이였습니다.
어느 봄날, 숲의 정중앙에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습니다. 나무가 뿌리째 뽑혀 쓰러지자 그 자리엔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고, 마을 동물들은 모두 걱정에 빠졌습니다.
“저 자리에 다시 나무를 심어야 해.”
“하지만 뿌리 깊은 나무는 아무나 못 키워.”
“우리 중엔 그런 걸 할 줄 아는 동물이 없어…”
그때, 모리가 조용히 말했다.
“내가 한번 해볼게.”
동물들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습니다.
“너는 너무 느리잖아.”
“씨를 심기엔 너무 작고, 돌보긴 너무 느긋해.”
모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은 꽃씨 하나를 품에 안고 조용히 돌아갔습니다. 다음 날, 그는 아무도 모르게 그 큰 구덩이 한가운데 작은 구덩이를 파고 꽃씨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매일같이 그곳을 찾아가 물을 주고, 햇살을 가려주고, 바람을 막아주며 정성껏 돌봤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아무것도 나지 않았습니다. 다른 동물들은 수군거렸습니다.
“봐, 내가 뭐랬어. 아무것도 안 자란다고.”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어.”
모리는 여전히 묵묵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두 달이 지났을 무렵, 작은 싹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어느 여름날 아침, 아이 사슴이 놀이터에서 실수로 모리가 기른 싹을 밟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줄기가 휘어졌고, 잎이 몇 장 찢어졌습니다.
사슴은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미안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모리는 조용히 웃었습니다.
“꽃은 다시 피울 수 있어. 네가 물을 줄래?”
그날부터 사슴은 매일 물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이 소문은 다른 동물들에게도 퍼졌고, 고슴도치는 바람을 막아줄 담장을 만들고, 다람쥐는 잎이 자라기 쉽도록 햇살이 잘 드는 방향으로 나뭇가지를 정리해 주었습니다.
몇 개월 후, 작은 싹은 나무가 되었고, 나무에는 하얀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꽃은 향기로 숲을 가득 채웠고, 그곳은 다시 마을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숲의 동물들은 한자리에 모여 말했습니다.
“우리가 해냈어!”
그러자 모리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습니다.
“내가 시작했지만, 우리가 함께 키운 거야.”
작은 사슴이 물었습니다.
“모리, 왜 너는 사람들이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때도 계속했어?”
모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대답했습니다.
“씨앗은 우리가 믿어주는 만큼 자라니까.”
그날부터 숲의 동물들은 어떤 일이든 ‘느리게 시작해도 된다’, ‘혼자 시작해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모리의 나무 아래는 ‘처음의 자리’라고 불리며, 누구든지 꿈을 심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그 나무 아래 와서 하루를 보내고 가곤 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숲의 전설로 남았습니다.
“가장 느린 발걸음이 가장 깊은 뿌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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