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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두 번째 첫사랑

Chapter 18

by 엄라이터 2025. 4. 21.

Chapter 18

 

화창한 오후, 유치원 앞 놀이터.

 

소민이는 친구들과 그네를 타며 웃고 있었다.

 

해사한 웃음소리, 아이들 특유의 맑은 기운이 가득한 그곳에, 낯선 여자의 발소리가 조용히 섞였다.

 

“소민이 맞지? 어머, 화면보다 훨씬 귀엽네.”

 

연서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손에는 인형 하나가 들려 있었다.

 

소민이는 순간 낯선 얼굴에 움찔했지만, 인형을 보자 두 눈이 반짝였다.

 

“이거… 나 주는 거예요?”

 

“응. 우리 진우 아저씨가 소민이 좋아한다고 자주 말했거든. 그래서 언니가 대신 전해주러 왔어.”

 

소민이는 잠시 고민하다 인형을 받았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아저씨는 언니 없다고 했는데…”

 

연서는 웃음을 멈췄다. 아이답지 않은 날카로운 말에 살짝 당황한 표정이 얼굴에 떠올랐다.

 

“그랬어? 아, 그냥… 방송국에서 같이 일하는 언니야. 진우 아저씨랑 아주 친하지.”

 

소민이는 인형을 품에 안고도 조금 망설이는 눈빛을 보였다.

 

그 순간, 유치원 담 너머에서 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민아!”

 

소민이의 눈이 반짝이며 고개를 들었다.

 

“아저씨!”

 

진우가 재빨리 걸어와 소민이를 안아올렸다. 그리고 연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연서는 미소를 지은 채 인형을 가리켰다.

 

“선물 좀 주러 왔지. 오빠가 아이 좋아한다고 해서.”

 

진우는 연서의 시선을 똑바로 바라봤다.

 

“아이한테까지 이러는 건 선 넘는 거야, 연서야.”

 

소민이가 조심스레 진우의 어깨 너머로 묻는다.

 

“아저씨, 이 언니 누구예요?”

 

진우는 대답 대신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그냥 아는 사람이야. 걱정 마. 아저씨가 언제나 네 편이니까.”

 

연서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뒷걸음질쳤다.

 

소민이의 말 한마디가, 진우의 눈빛 하나가, 그녀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었다.

 

그날 밤.

 

윤이는 진우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

 

“내 딸한테까지…?”

 

윤이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손끝은 떨리고 있었다.

 

“미안해. 내가 더 빨리 알아챘어야 했는데…”

 

“진우야.”

 

“응?”

 

“나 이제 더는 도망치고 싶지 않아. 내가 지킬게, 우리 소민이. 그리고…”

 

윤이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했다.

 

“너도.”

 

진우는 전화기 너머로 벅찬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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