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처음처럼, 다시
6. 처음처럼, 다시
며칠이 지났다.
하지만 윤이와 진우는 서로의 마음속에서 그 날을 지우지 못했다.
진우는 여전히 윤이의 사무소에 자주 들렀고, 윤이도 그를 더는 손님으로 대하지 않았다.
익숙하고, 따뜻한 공기 속에서 두 사람의 거리는 아주 천천히 좁혀지고 있었다.
“아나운서인데, 평일에도 시간이 많아?”
윤이가 농담처럼 툭 던졌다.
진우는 익숙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윤이가 있어서 그런가봐. 일보다 여기가 더 끌려.”
“하하. 방송용 멘트?”
“아니. 그땐 말도 제대로 못 했잖아.
지금은…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됐으니까.”
윤이는 가끔 진우의 시선을 피하곤 했다.
왠지 모르게 그를 오래 바라보면 가슴이 뛰었다.
그가 웃을 때, 장난칠 때, 문득 조용히 자신의 얼굴을 바라볼 때.
무언가가, 자꾸 마음을 흔들었다.
“그때 기억나?”
진우가 조용히 물었다.
“학교 뒷문 쪽에 있던 자두나무.
네가 나 따돌리는 애들한테 나서줬던 날,
그 나무 밑에서 울던 나한테 과자랑 사이다 줬었잖아.”
윤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기억이 나지 않아. 자두나무 있었던 건 기억나는데…”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럼 내가 기억하고 있을게. 우리 둘의 이야기.”
그 말에 윤이는 가만히 창밖을 내다보았다.
햇살이 부암동의 오래된 담벼락에 고요히 스며들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중얼였다.
“진우야… 그 아이 얼굴, 이젠 기억이 나.”
진우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말을 잃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손을 뻗어, 윤이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그럼… 우리, 다시 시작해 볼래?”
그리고, 그렇게.
그들의 두 번째 첫사랑이
부암동 어느 오래된 골목에서 조용히 피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