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기억 저편에서
4. 기억 저편에서
“엄마, 오늘 그 아저씨 또 왔어?”
소민이의 말에 윤이는 잠시 멍해졌다.
“그 아저씨?”
“그 있잖아. 키 크고 목소리 좋은 아저씨.
오늘은 초코 우유도 사줬어.”
소민이는 유치원 가방을 벗으며 해맑게 웃었다.
윤이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이상하게 가슴 한쪽이 간질거렸다.
진우는 요즘 자주 왔다. 처음엔 단순한 부동산 상담 같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유가 다양해졌다.
“사촌이 집 살까 해서요.”
“세무 문의가 좀 있어서요.”
“동네가 좋아 보여서요.”
그는 늘 웃고, 부드럽게 말했지만
그 눈엔 어딘가… 슬픔이 배어 있었다.
진우는 자주 윤이 사무소 앞에서 머뭇거렸다.
들어갈까, 말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여전히 그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 아이가 맞을까?
기억이 이렇게 또렷한데,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
그러다 그는 문득, 사무실 안에 있던 사진 하나를 떠올렸다.
소민이와 함께 웃고 있는 윤이의 사진.
그 미소는, 어린 시절 그 아이의 미소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진우씨, 오늘은 어떤 상담해드릴까요?”
윤이는 차를 내오며 살짝 웃었다.
그 미소에 진우는 또 말문이 막혔다.
“아, 오늘은 그냥… 지나가다 들렀어요.”
“이제 단골이시네요.”
“그런가요? 여기가… 편해서요.”
진우는 조심스레 테이블 위에 작은 상자를 꺼냈다.
“이거, 소민이 주려고... 초콜릿 좋아한다고 해서요.”
윤이는 조금 당황했지만, 고개를 숙이며 받았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잘해주시는지…?”
진우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웃으며, 말했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어서요. 계속, 여기 오고 싶어요.”
그날 밤, 윤이는 아이가 잠든 뒤 책상에 앉아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진우라는 사람, 어딘가 익숙한 느낌.
말투도, 눈빛도… 처음 같지 않다.
기억 저편에서, 오래전 어딘가에서 만난 적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앨범을 꺼내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 초등학교 2학년 시절 반 사진.
그 속에, 윤이는 멈춰버렸다.
‘…이 아이, 혹시…?’
사진 속, 구석에 서 있는 아이.
말랐고, 조용하고, 슬퍼 보였던 아이.
윤이는 손끝으로 그 아이의 얼굴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