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와 조용한 친구
『마루와 조용한 친구』
마루는 호기심 많은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였다. 학교 끝나면 놀이터로 달려가고, 친구들과 공놀이하며 하루를 보내는 걸 가장 좋아했다.
어느 날, 마루의 반에 새로운 친구가 전학을 왔다. 이름은 지안. 조용하고 말이 없었다. 무엇보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수업 시간에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리고 가끔 이상한 소리를 내거나 손을 휘젓기도 했다.
“쟤 좀 이상하지 않아?”
“무섭다…”
마루와 친구들은 속삭이며 지안을 피했다. 함께 놀자는 말도, 인사도 건네지 않았다. 심지어 짝꿍이 된 한 친구는 선생님께 짝을 바꿔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날 밤, 마루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우리 반에 좀 이상한 애가 전학 왔어. 말을 잘 안 해. 이상한 행동도 하고.”
엄마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혹시 자폐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니?”
“자폐? 잘 몰라.”
“자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야. 사람마다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서, 그런 행동을 할 수도 있어. 그게 이상한 게 아니라, 그냥 다른 거란다.”
마루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곧 잠이 들었다.
며칠 뒤, 체육 시간에 일이 생겼다. 줄넘기 게임을 하던 중 지안이 실수로 마루의 발을 밟았다. 마루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순간 화가 나서 소리쳤다.
“야, 뭐 하는 거야! 너 진짜 이상해!”
지안은 아무 말 없이 마루를 바라보다, 갑자기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교실은 금세 조용해졌고, 선생님이 달려왔다.
“마루야, 지안이는 지금 깜짝 놀란 거야. 네가 큰 소리를 내서 더 무서웠을 거야.”
그날 선생님은 아이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지안이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친구야. 여러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느끼고 표현하지. 하지만 우리와 똑같이 마음도 있고, 감정도 있어요. 단지 말로 표현하는 게 어려울 뿐이란다.”
아이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뒤, 마루는 선생님에게 지안이와 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저… 지안이랑 같이 앉아보고 싶어요.”
선생님은 놀랐지만 기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어색했다. 지안은 여전히 눈을 잘 마주치지 않았고,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루는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지안을 위해 종이와 색연필을 건네고, 쉬는 시간엔 간단한 놀이를 같이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지안이 마루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너랑 노는 거… 좋아.”
그 순간, 마루는 알았다. 지안은 다르지 않았다. 단지 말이 느릴 뿐, 감정은 누구보다 따뜻하다는 걸.
며칠 뒤 학교에서 열린 발표회에서, 마루는 친구들 앞에서 손을 들고 말했다.
“지안이는 조용하지만, 아주 멋진 그림을 그려요. 다르다는 건 나쁜 게 아니에요. 그냥 다른 거예요.”
그날 이후, 지안은 마루의 옆자리에 계속 앉았고, 친구들이 한 명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루는 매일 아침 지안에게 인사했다.
“안녕, 내 멋진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