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412호 살인 - 11. 살생부 (완)
11. 살생부
칠흑 같은 어둠의 산속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진다.
경찰차와 구급차의 요란한 소리와 불빛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30년 넘게 방치돼 흉물이 된 가평의 한 호텔 4층 412호
그곳엔 두 구의 시신이 있었다.
난 이제 궁지에 몰렸어요.
더 이상 살아갈 의미가 보이지 않아요.
마지막 살인을 하고 떠납니다.
우린... 언제쯤 발견이 될까요.
이서진 형사님 정말 감사했어요.
그리고 미안해요.
시신 한 구의 손에 꼭 쥐어진 쪽지 한 장.
박지영의 시신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나란히 누워 있는 또 한 구의 시신. 박채린
지영은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핑크색 표지의 노트에 옮겨 적기 시작했다.
장성우, 최수정, 김현진, 이민영, 리아-도아리 그리고 박채린
‘윤지후’는 썼다 지웠던 흔적.
장성우는 갓 입사한 지윤이를 상대로 성폭력을 일삼았다.
지윤이는 사내 게시판에 장성우의 실체를 알렸다.
그렇지만 돌아온 것은 따돌림과 괴롭힘.
지윤이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장성우 니가 첫 번째가 돼줘야겠어.’
지영이는 결심했다.
그리고 실행에 옮겼다.
그것이 첫 번째였다.
그러나 첫 번째를 끝으로 지영은 수감되고 말았다.
지영은 수용실 구석에 앉아 늘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다.
지후는 지윤이의 죽음 뒤, 하루하루가 무력했다.
처음에는 지후도 박채린의 무리 중 하나였다.
채린이의 도를 넘는 괴롭힘.
그 속에서 느껴진 지윤이에 대한 미안함, 연민
그리고 사랑에 이르렀다.
‘지윤아. 너에 대한 미안함. 평생 갚으면서 살게.’
지윤이가 그렇게 세상을 등진 후,
지후는 결심했다. 그들을 꼭 지옥에 떨어뜨리겠다고...
어느 날 지후 앞으로 편지 한 통이 왔다
발신 : 청진여자교도소 박지영
‘면회요망’
짤막 하지만 강력한 메시지였다.
오전 9시. 지후는 청진여자교도소에 도착했다.
접견신청을 하고 그녀를 기다렸다.
면회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지윤이가 너에게 남긴 게 있어. 우리 집 알지?
현관 비밀번호는 지윤이 생년월일.
책상 두 번째 서랍. 핑크를 기억해.“
이것이 대화의 전부였다.
지후는 지윤이의 생년월일을 차례로 눌렀다.
띠리링. 지후를 반기듯 현관문이 열렸다.
주방 옆 방문 앞에 섰다.
문을 열면 지윤이가 반겨줄 것 같았다.
현실은 텅 비어 슬픔에 울부짖는 어두운 동굴 같았다.
두 번째 책상 서랍을 열었다.
핑크색 표지로 덮인 작은 노트 하나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첫 장에 적혀 있는 낯익은 이름들...
순간, 지후는 분노에 몸을 떨었다.
‘누나의 계획. 제가 다 할게요. 꼭 할게요.’
지후는 눈을 꼭 감고 기도했다.
지영의 계획 중, 최수정과 김현진 살해 계획을 실행한 후, 지후는 붙잡혔다.
지영은 죄책감이 들었다.
‘지후야 미안해. 내가 널 지옥으로 끌어들였구나.
이제 그만. 나머지 계획은 내가 할게.
너는 여기까지만 해. 그리고 죗값을 받아.‘
그렇게 지영은 지후의 사진을 서진에게 넘겼다.
장성우를 살해 후, 나머지 계획을 실행할 틈도 없이 지영은 구속되고 말았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서진은 지영에게 한 달이라는 시간을 선물했다.
지영은 서진과 공조를 하며 여러 생각을 했다.
‘멈춰야 할까. 살인자인 나를 믿고 있는 사람도 있어.
아냐... 그럼 지윤이의 억울함은...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 동생의 죽음.. 너무 괴로워요.
나를 용서하지 말아요.‘
지영은 결국 선택했다. 지옥의 길을 가기로...
민영아. 때가 됐어. 크라운 호텔 저녁 9시까지 412호로 와.
지영은 상담센터를 방문한 날 채린이의 유심을 복제했다.
그리고 채린이 인척 민영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지영은 민영이가 호텔 안으로 들어왔을 때,
수면제가 묻은 수건으로 민영이의 입과 코를 막았다.
머플러를 민영의 목에 묶어 문고리에 느슨하게 걸었다.
‘너무 허술해. 곧 밝혀지겠지.
민영아. 너의 죽음은 운에 맡길게.‘
지영은 채린이의 복제폰으로 ‘센트럴 스테이 호텔 412호’를 예약 결제 한 후,
민영이의 휴대폰으로 지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채린아 가평 코리아나 호텔 412호로와.
여기서 박지영을 만나기로 했어.
주소는 가평군 상면 상하리 44
이렇게 지영은 박채린을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뭐야? 민영이는 어디 있어? 왜 박지영 너만 있는 거야?”
채린이 날 선 말투로 물었다.
‘민영이는 오지 않아. 내가 이미 실행했거든“
지영의 말에 채린은 오싹한 기운을 느끼며 몸을 벌벌 떨었다.
“무슨 소리야? 실행이라니. 언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대체 우리한테 왜 이래?
지영은 채린의 말이 기가 막혔다.
“아~악~ 대체 왜 이래??? 너!!! 너!!! 진심으로 몰라서 묻니?
정말 몰라? 그럼 내가 알게 해 줄게. “
극도로 흥분한 지영은 가평 터미널 근처 철물점에서 구입한 해머를 꺼내 들었다.
퍽. 지영은 채린의 머리를 해머로 가격했다.
채린은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채린이 정신을 차린 순간. 채린은 몸무림을 쳤다.
채린의 손과 발은 테이프로 칭칭 감겨 있었다.
발버둥만 칠 뿐 채린은 일어설 수 없었다.
지영은 그런 채린의 모습을 위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너의 권력, 돈, 이곳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네.
오는 내내 너에게 이렇게 하지 않기를 바라며 왔어.
제발 너를 용서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왔다고.“
“언니, 제발 살려줘요. 뭐든 다 할게. 신고도 안 할게.
돈... 얼마든지 줄게. 평생 쓰고도 남을 만큼 줄게.
언니, 제발... 제발...“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채린이는 발악을 했다.
“지금도 넌 지윤이에 대한 죄책감, 사과는 전혀 없구나...
박채린. 이제 기회는 날아갔어.“
해머를 쥔 손은 채린의 머리를 치고 또 치고,
채린의 숨이 끊어질 때까지 쉬지 않았다.
채린의 숨이 끊어진 뒤, 지영은 준비한 칼을 꺼냈다.
두 손으로 칼자루를 꽉 쥐고 본인을 향해 칼날을 겨누었다.
목에서 뜨거운 피가 콸콸 흘렀다.
그렇게 자신까지 마지막 살인을 한 후,
꺼져 가는 숨을 고르며 나지막이 속삭이듯 마지막 숨을 뱉어냈다.
“지윤아 이제 언니가 갈게.”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