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웹소설》 412호 살인 - 5. 이름 없는 밤

엄라이터 2025. 4. 28. 14:59

5. 이름 없는 밤

 

새벽 두 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진은 익명으로부터 이메일 한통을 받았다.

첨부된 사진에는 오래된 낡은 창고 건물

그리고 그 안, 의자에 걸쳐진 교복과 이름표

이름표에는 '박지윤' 이름 석자가 적혀 있었다.

사진 하단에 짧은 문구가 있었다.

 

“그들은 다 알고 있었다.”

 

서진은 사진 속 창고를 추적했다.

인터넷 검색 끝에 찾아낸 학교. 성일고등학교였다.

지윤이가 2학년 때 한 학기를 다녔던 곳.

기록상으론 자퇴, 하지만 보이지 않는 권력이 지윤이를 학교에서 쫓아냈다.

 

그 이후 지윤이는 틈만 나면 일기장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언니... 나 너무 무서워.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

 

 

성일고교의 과거.

 

전학 첫날, 지윤이는 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 중심엔 반장 박채린이 있었다.

밝고 당당한 아이, 모두의 리더.

하지만 교실 안에서는 달랐다.

 

“너, 전학 왔으면 조용히 있어.

여긴 우리가 룰이야.”

 

그렇게 시작된 교묘한 따돌림.

물건을 숨기고, 헛소문을 돌리고, 무시하고, 웃는 얼굴로 칼을 꽂았다.

지윤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검장의 딸이라는 권력 아래, 보이지 않는 칼을 휘두르는 박채린.

그녀에게 대적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지윤이는 학교를 그만둔 뒤,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며 열심히 살아갔다.

지난 고통을 잊으려 살아내 듯 안간힘을 썼다.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하고, 그 해 수능도 치렀다.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도 입학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운 듯 흘러갔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첫 입사한 회사 내에서의 성폭력, 괴롭힘이 트리거가 되어 지윤이를 삶의 끝으로 내몰았다.

 

지윤이가 허망하게 삶을 마감한 후, 지영이는 지윤이의 일기장을 수없이 읽었다.

일기장에서 발견한 이름들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읽고 또 읽었다.

중고거래를 통해 구매한 성일고교 졸업 앨범

그 속에서 그 아이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박채린... 박채린...’

지영은 지윤이가 남긴 일기장 속 이름 중 하나를 계속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