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412호 살인 - 4. 과거는 피를 남긴다.
4. 과거는 피를 남긴다.
4년 전, 여름.
그날도 지영은 엄마처럼 지윤을 따라붙었다.
지윤에게는 지영이가 엄마와 다름없었다.
세상에 둘 뿐인 가족.
지영은 조용했지만, 단호했다.
“지윤아, 언제든 조심해야 해.
세상은 가끔 생각 못한 곳에서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지영은 무심한 듯 말했지만, 사실 늘 지윤이를 걱정하고 있었다.
지윤이는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언니가 있으니까 괜찮아.”
그 말이 마지막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호텔 로비에서 그림자와 마주한 후, 지영은 그림자의 실루엣을 떠올렸다.
지윤이의 방에서 조용히 사진첩을 넘겼다.
지윤이 옆에 서 있는 그림자의 실루엣.
그날 밤 호텔 복도에서 마주친 그 실루엣.
지영은 사진 속 남학생 하나에 멈춰 선다.
서진은 곧장 인물 정보를 추적했다.
이름은 윤지후.
지윤의 같은 반 친구였으며, 졸업 후에도 지윤의 SNS를 꾸준히 엿보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지윤이 장례를 치르던 병원 근처 CCTV에도 그의 모습이 있었다.
지영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후는, 지윤이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지윤이는... 그런 마음을 몰랐고, 오히려 무심했죠.”
지영은 눈을 감았다.
“지후는 늘 지윤이의 곁을 맴돌았어요.”
지후의 자백.
“하고 싶은 말... 다 해보세요.”
지후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나는... 지윤이를 지켜보고 있었어요. 항상 멀리서...
늘 곁에는 지영 누나가 있었죠. 무표정한 누나.
지윤이가 죽고 나서도, 누나는 여전히 조용했고...
그런데... 어느 날부터 복수를 준비하고 있더군요. 혼자서.”
지후는 미소 지었다.
“그게 멋있었어요. 그게... 옳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도 따라 했어요. 지영 누나를 닮고 싶어서...”
지영은 조용히 지후를 내려다보았다.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넌 나를 복제한 게 아니야.
네 안의 증오를, 나의 계획으로 덮은 거야.'
지후는 범행을 자백했고, 그 뒤로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범행의 모든 흔적이 그에게서 쏟아져 나왔다.
“이건... 끝이 아니에요.
지후 뒤에..
누군가, 그 뒤에 있어요.”
지영은 확신에 찬 표정을 지었다.
서진은 턱을 만지작거렸다.
“ ‘그림자’ 뒤에, 또 다른 어둠이 있다.”
지영은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지윤이의 이름을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지윤아...”
밤은 깊었고, 창밖의 네온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그녀는 다시 싸움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