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1
Chapter 21
IBC 회의실.
"이 보도, 진행하자는 의견이 많습니다. 단독이고, 이슈성도 크고요."
보도국장의 말에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박 앵커하고 연관된 인물이라는 점이 걸립니다. 사적인 감정이 개입될 가능성도 있잖아요.”
그 순간, 회의실 문이 열리며 진우가 들어섰다.
모두가 그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한 듯 조용해졌다.
진우는 침착한 얼굴로 국장을 바라보았다.
“이 기사, 사실 확인도 안 된 찌라시 수준입니다. 그리고 보도에 제 이름이 걸리는 순간, 전 이 자리를 내려놓겠습니다.”
“뭐?”
국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진우씨, 이건 협박이야? 언론 자유를 뭐로 보는 거야?”
“언론 자유는 사실 위에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리는 기사가 아니라요.”
진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보도하면 저는 앵커 자리를 내려놓을 겁니다. 책임지겠습니다.”
그 말에 회의실은 술렁였고, 국장은 고개를 돌렸다.
“잠깐만 기다려. 다시 논의하지.”
진우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회의실을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연서가 그를 막아섰다.
“진우 오빠, 지금 그 말… 진심이야?”
“그래. 더 이상 이 일에 손대지 마. 부탁이야.”
“왜? 그 여자 때문에? 고작 그 여자 하나 때문에 이 자리까지 포기해?”
진우는 고개를 돌려 연서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단호했고, 미련조차 없었다.
“그 여자가 누구인 줄 알아? 내 아홉 살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야. 그 시절 나를, 지금의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
“…….”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건, 누군가를 짓밟기 위함이 아니라 누군가를 지켜주기 위해서야. 그게 내 선택이야.”
연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날 밤, 윤이는 진우의 전화를 받았다.
“윤이야, 괜찮아?”
“응. 근데 넌 괜찮아?”
“난... 괜찮아. 방송국이 좀 시끄러웠을 뿐.”
진우는 일부러 가볍게 웃었다.
“너무 미안해. 네 일까지 망치게 될까 봐.”
“윤이야.”
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내가 지키고 싶어서 선택한 거야.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마.”
윤이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럼 나도, 널 지켜줄게.”
진우는 핸드폰을 들고 말없이 웃었다.
세상에서 가장 힘이 나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