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412호 살인 - 3. 공조
3. 공조
서진은 기록을 꺼내 들었다.
새로운 독살 사건.
이번엔 ‘센트럴 스카이 호텔’, 412호.
피해자는 28세 여성. 최수정
그리고 책상 위에 놓인 립스틱 묻은 잔과 손수건.
희미한 싸늘함이 그의 등을 타고 내려왔다.
“그 사람, 복제당하고 있어요.”
지영은 접견실에서 그렇게 말했다.
수의 안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조용했고, 정확했다.
“모방범이거나, 아니면… 이 모든 걸 알고 있었던 또 다른 피해자일지도...”
서진은 깊은숨을 내쉬었다.
“이번 수사, 나와 함께해야겠어요.”
지영은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그 눈은 무언가를 읽고 있는 듯, 서진을 가만히 바라봤다.
“…알겠습니다.”
지영은 감옥을 나와, 경찰의 보호 하에 한 달간 수사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석방되었다.
서진과 함께 그녀는 사건 현장을 방문했다.
“복제는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하지만, 그 안에 반드시 주관이 개입돼요.”
지영은 방 안을 천천히 걸으며 말했다.
그녀는 테이블에 놓인 손수건을 들어 올렸다.
고운 자수. 그리고 손끝에 닿는 미세한 가루.
“…이건 보통 향수에 쓰이는 파우더예요.
여기에도 ‘누군가의 의식’이 담긴 거죠.”
서진은 그녀의 직감을 믿기 시작했다.
지영은 누구보다 치밀했고, 감정 없이 판단했다.
하지만 그 감정 없는 말투 뒤에 서늘한 연민이 느껴졌다.
며칠 후,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엔 ‘라피네 호텔’, 412호.
피해자는 27세 여성 김현진.
역시, 수법은 같았다.
그리고 그날, 지영의 앞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당신이 열어준 문, 내가 계속 열겠습니다.”
붉은 잉크, 사선으로 기울어진 필체.
봉투 안엔 그녀가 감옥에 있을 때 썼던 독서 노트의 한 페이지가 들어 있었다.
지영의 얼굴이 굳었다.
“내가 남긴 이야기들을 누군가가 읽고 있었어요.”
“그걸 따라가고 있다?”
“아니요, 진심으로 믿고 있는 거죠. 그게 정의라고.”
서진은 등을 기대며 입술을 깨물었다.
“광신도 같군요.”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만들어낸 괴물이에요.”
그날 밤.
서진과 지영은 처음으로 단둘이 술잔을 기울였다.
지영은 입을 열었다.
“형사님, 저 같은 사람과 함께해도 괜찮나요?”
서진은 조용히 잔을 들어 올렸다.
“당신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지금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어요. 그걸로 충분해요.”
그 순간, 지영의 눈가에 아주 짧게 미세한 떨림이 지나갔다.
며칠 후.
그들은 결국 다음 범죄가 일어날 호텔을 유추해 낸다.
‘아르케 호텔’ 다시 412호.
그리고 체크인을 한 고객 중 한 명이, 과거 지윤이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라는 것도.
서진과 지영은 방을 미리 비워둔 채, 잠복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날 밤 복도 끝, 조용한 발자국.
림보처럼 흔들리는 그림자 하나.
문 앞에 다가선 인물은 검은 후드를 쓰고,
주머니에서 립스틱 하나를 꺼낸다.
그 순간 문이 열리며, 서진이 모습을 드러낸다.
“멈춰요.”
인물은 놀라며 도망치려다, 지영과 눈이 마주친다.
그림자는 멈칫했다.
“너도… 용서할 수 없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