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412호 살인 - 2.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2.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박지영은 구속되었다.
피해자의 복수, 그러나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건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서진은 마지막까지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당신을 이해하지만, 살인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입니다.”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저를 용서하지 않아요.”
며칠 뒤, 리아는 카메라 앞에 다시 섰다.
그녀는 전보다 말수가 줄었고,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여러분, 오늘은 화려한 폭로가 아니라 조용한 고백을 하려 해요.”
그녀는 자신이 처음 받았던 협박 메일,
호텔 앞에서 만난 지영, 그리고 ‘그날’ 위스키 병을 놓고 돌아섰던 장면까지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날 전, 그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마음 한편으론 그가 죽어주길 바랐던 것도 사실이에요.”
댓글창은 갈라졌다.
누군가는 그녀를 비난했고, 누군가는 그녀를 위로했다.
“어쩌면, 저는 죄가 없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일지도 몰라요.”
영상은 조용히 끝났고, 그녀는 한동안 업로드를 멈췄다.
지영의 재판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SNS에서는 그녀를 ‘의적’이라 칭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녀는 단죄할 권리를 스스로 가졌다고 착각했다”고 비난했다.
검찰은 냉정했다.
“철저히 계획된 살인입니다. 그녀는 재판이 아닌 살인이라는 복수를 택했습니다.”
변호인은 말했다.
“피고인은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매일 동생의 죽음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지영은 증인석에서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형벌을 받아야 해요.
다만… 그 사람은 누구한테도 벌을 받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제가… 했습니다.”
서진은 법정 밖에서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진실을 좇는 직업을 가졌지만,
진실이 꼭 ‘정의’로 이어지는 건 아니었다.
그날 밤, 그는 호텔 4층을 다시 찾았다.
412호는 비어 있었다.
침대 시트는 바뀌었고, 냄새도, 빛도, 공기도 달라져 있었다.
그는 조용히 문고리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사람이 떠난 자리엔...
기억이 남지. 잊혀지지 않는 그림자처럼.”
그리고 몇 달 후.
새로운 사건이 발생한다.
또 다른 호텔, 또 다른 4층, 412호.
다시 나타난 독살.
방에 놓인 립스틱 자국.
책상 위엔 이번엔… 하얀 손수건 한 장.
서진은 그 방 앞에 섰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누구지… 이제는 누가 그림자가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