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0
Chapter 20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윤이는 우산을 들고 소민이의 손을 꼭 잡은 채 유치원 앞에서 한 걸음 멈췄다.
“소민아, 오늘은 진우 아저씨가 오지 않을지도 몰라.”
소민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아저씨가 소민이 싫어졌대?”
“아니, 아저씨가 오늘 많이 바빠서 그래.”
소민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딸을 바라보며 윤이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순간, 반대편에서 검은색 우산을 든 진우가 다가왔다.
“비 오는 날엔 커다란 우산이 필요하지.”
진우는 우산을 활짝 펴며 윤이와 소민이를 향해 걸어갔다.
윤이는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진우야, 여긴 왜…”
“소민이 데려다주는 길, 같이 걷고 싶었어.”
소민이는 신이 나서 그의 품으로 달려갔다.
“아저씨!”
진우는 그녀를 꼭 안아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우리 공주님, 잘 지냈어?”
윤이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이렇게 대놓고 다녀도 괜찮겠어? 연서가 또 뭘 할지 모르는데...”
진우는 묵직한 눈빛으로 윤이를 바라봤다.
“괜찮아. 숨을 이유도, 도망칠 이유도 없으니까. 더는 네가 혼자 다 짊어지게 두지 않을 거야.”
그날 오후.
IBC 회의실.
진우는 뉴스 편성 회의를 마치고 나오다 연서와 마주쳤다.
“오빠, 잠깐 시간 좀 줘.”
진우는 한숨을 내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또 무슨 말하려고?”
연서는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보여주었다.
윤이와 소민이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기사 초안.
“미망인 세무사, 유명 앵커에게 의도적 접근?”
진우의 눈빛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걸... 네가 쓴 거야?”
“오빠가 내 말을 듣지 않으니까, 이제 세상이 오빠 귀를 열게 만들어야겠더라.”
진우는 휴대폰을 그녀의 손에서 낚아챈 뒤 구둣발로 짓이기듯 부수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연서가 울부짖듯 소리를 질렀다.
“너야말로 이게 무슨 짓이야. 이러지 말고 제발... 네 인생을 살아.”
진우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떨림이 들어가 있었다.
“이까짓 휴대폰이 박살 난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연서는 분노에 떨며 자신의 자리로 향하였다.